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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임일기 (2)] 우리가 난임이었음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
    끄적끄적 2020. 6. 4. 22:08

    우리 부부는 2015년에 결혼을 했다. 둘다 30대 초반이었고, 아이를 가지기에 이른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 같지도 않은 나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곧바로 아이를 가지기를 원했으나 와이프는 조금 시간을 가지기를 원했었다. 한두번 의견충돌이 있었고, 와이프의 의사 외에도 몇가지 일이 있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임신을 1~2년 정도 미루게 되었다.

     

    1~2년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 나이도 조금 더 들었다고 느꼈고 아이를 더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아이를 가지기로 결정을 했다. 미루는 동안은 피임에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아이가 생길까 걱정아닌 걱정도 했었는데, 막상 아이를 가지기로 하고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피임을 하지 않는 정도에서 노력을 하다가, 누가 배란 테스트를 해서 맞추면 바로 될 것이라고 해서 배란 테스트를 해서 날짜도 맞춰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여성병원에 가서 나와 와이프 모두 검사를 받아 보았다. 나는 정상이고, 와이프는 나팔관 한쪽이 막힌 상태라고 했었다. 그렇지만 자연임신은 가능하다고 해서 특별히 치료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고, 대신 배란 시기를 진찰을 통해 알아보거나, 아니면 약이나 주사를 통해서 배란일을 맞추기 위해 병원을 다니며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연임신을 위해 대략 1~2년 정도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전체 기간에서 쉴새 없이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연임신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시술이 필요할 것 같아 난임전문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난임전문 병원에서도 처음에는 한두번 배란일을 받아서 시도를 했었고, 그 이후로 시험관을 시도하게 되었다. 시험관을 시작하고 부터는 와이프가 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난포를 자라게 하는 주사도 맞아야 하고 상태도 확인하기 위해 병원도 더 자주 다녀야 했고 특히 시술을 받으러 시간을 맞추어 병원에 와야 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고생길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시험관은 총 두번인가 시도했으나 두번 다 잘 안 되었다. 한번 하고 실패하면 한동안 쉬는 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시험관을 두번 준비하고 실패하는데에도 시간이 얼추 반년에서 1년 사이가 걸렸던 것 같다.

     

    대충 3~4년동안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 부부는 난임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른다는게 답답하긴 하지만. 뭐 여튼 그렇게 되었다. 다른 부부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우리가 난임임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나이나 건강이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았고, 한두번도 아니고 적지않은 시간동안 나름의 노력과 이런저런 병원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이를 가지고 키우며 살아가는, 내가 상상했던 결혼 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매번 실패의 시기가 찾아올 때 마다 숨죽인 채 실망하고 괴로워 하는 나와 와이프가 있었다. 게다가 그 막막했던 시간은 끝날 기미도 잘 보이지 않았다. 

     

    어려운 시간을 겪으며 우리 부부 사이도 냉랭한 시간이 흐르는 때가 많았다. 실패의 시간이 올 때 마다 나는 실망하는 기미를 온전히 숨기기 어려울 때가 있었고, 와이프는 그럴 때 더 서운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하염없이 가는 것 같아서 나는 조급했고, 와이프가 내 바람처럼 노력하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질 때 서운함을 느꼈고, 와이프는 반대로 그런 내가 많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점점 더 길게 겪으며, 또 그럴 때마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우리 부부는 힘든 시간에도 서로를 조금씩이나마 배려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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