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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키우는 이야기, 1] 씩씩이와 함께 하는 삶 시작
    끄적끄적 2021. 2. 9. 00:18

    오늘은 1월의.. 아니 2월이구나. 아무튼 어느 조용한 겨울날의 월요일 저녁무렵이다. 월요일이라 여느날보다 조금 일찍 출근했다가 여섯시쯤 퇴근한 후 집에 곧바로 돌아와서 와이프와 마주앉아 조금 늦은 저녁을 먹고 와이프가 샤워하러 간 동안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거실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는 태어난지 이제 막 26일 된 아기(이씩씩씨)가 가로로 누워 열심히 쪽쪽이를 빨며 잠을 자고 있다.

     

    참 평온한 일상이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 사이사이엔 참으로 많은일이 있었다.

     

    집에 온지 몇일 안 되었지만 퇴근길에 현관문을 열면 거의 매일 우렁찬 울음소리로 반겨주던 아기는 오늘은 어쩐일인지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아기가 자는 사이 뭘 조금 하려고 하는 찰나, 역시 잠에서 깨어 우렁차게 울기 시작했다. 아기를 달래러 방에 들어간 와이프는 삼십분이 넘도록 우는 아기와 씨름을 하다가 결국 얘는 왜 이러지? 라며 눈물을 보이며 포기 했고, 이어받은 나도 아기를 안고 이방에서 저방으로 여기 눕혔다가 저기 눕혔다가 했지만 아기는 잘 달래지지 않았다. 배가 고픈가? 하고 그제서야 분유를 타 와서 먹이니 배가 고팠었는지 급하게 먹다가 힘든지 금새 잠에 빠져 들었다. 앉혔다 안았다 하며 트림을 시킨 후 자는 아기를 조심조심 데려다 침대에 뉘이니 금새 다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다시 거실로 데려와 분유를 조금 더 먹이고 다시 트림을 시키고 조심조심 데려다 뉘이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여덟시가 넘어 있었다. 

     

    아기가 자는 새에 저녁을 먹어야 했기에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 몇개와 처형이 어제 만들어 가져다주신 고등어찜을 꺼내놓고 허겁지겁 먹다보니 다시 아기는 울기 시작했고 거의 다 먹었다며 와이프가 방에 들어가 달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남은 밥을 마저 먹고 식탁 정리를 한 후 방으로 들어가서 우선 한숨을 크게 쉬는 와이프를 조금 달래고 우렁차게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또 다시 여기에 뉘였다 저기에 앉혔다 해보고 그래도 안 달래져서 지난번에 음악을 틀어주니 조금 진정이 되었던 것이 생각나 잘 안듣던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아봤지만 역시나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답답한걸까? 하며 소파에 데리고 와 속싸개를 벗기고 바지를 입혀 놓고 급한대로 쪽쪽이를 물려 놓으니 울던 것을 까먹었는지 쪽쪽이를 빨며 금새 잠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첫 문단 까지의 상황이었고, 글을 쓰는 사이 아가는 쪽쪽이를 퉤 하며 뱉어버린 뒤 기지개를 늘어지게 한번 켰다가 다시 우렁차게 울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다시 이렇게 했다 저렇게 하며 달래보다가 결국 분유를 급하게 타와서 먹였고, 또다시 아기가 울어 뉘였다가 안았다가 다시 조금 먹였다가 하며 한참을 씨름하다가 조금 전 겨우 잠이 들어 아기 침대에 눕혔다. 아기가 잠든 후 쌓여있는 젖병을 씻고 거실과 주방을 정리하면서 와이프와 오늘 저녁의 육아를 복기하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한참 토론을 했고, 결국 내 생각이 맞네 하며 언성도 조금 높였다가, 다시 또 잘해보자며 다짐도 했다. 그러는동안 다행히 아기는 안 깨고 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간 오늘 새벽처럼, 곧 돌아오는 새벽에도 아기는 깨서 열심히 울 것이고, 나는 또 다시 밤 잠을 설칠 것이고, 오늘 아침과 마찬가지로 몸이 천근만근인 상태로 내일도 출근을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집에 온지 이제 겨우 일주일 남짓, 초보 부모의 육아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분유를 얼마만큼 타서 먹여야 하는지부터 아기가 울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택하고 알아차려야 할 것은 쌓여있는데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니 막막하기만 하다.

     

    몸과 마음이 참 고되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아기를 보고 안고있으면 참 행복하다. 부디 건강히 잘 자라서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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